자연을 일상으로, 옥상 녹화를 위한 7가지 단계

Boram Yang Boram Yang
Meera House, Guz Architects Guz Architects مناز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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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전체적인 건축의 흐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지만, 많은 사람이 개인적으로도 자연과 함께하는 삶, 자연과 가까운 집을 꿈꾼다. 이는 곧 여유 있는 생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에 자연을 들여놓고 유지하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의 많은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는 옥상 녹화는 개인의 집으로 자연을 들이는 동시에 도시의 풍경을 푸르게 물들인다. 옥상녹화를 통해 경관 향상뿐 아니라 단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도시의 시선에서 보면 태양열 반사작용과 식생층의 증발산을 유발해 열섬 효과를 완화해주며, 식생과 토양이 소리 파장을 흡수하므로 도시 소음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옥상 녹화를 통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집의 인상을 바꿀 수도 있고, 건축 구조의 특성에 따라 내부에서 외부를 볼 때의 풍경을 개선할 수도 있다. 또한, 이렇게 바라보기만 하는 조경을 넘어 실용적인 공원이나 텃밭을 만들기도 한다. 지상에서 옥상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다양한 건축적 솔루션들이 곧 건물의 개성이 되기도 한다. 자연을 일상적 공간에 가까이 들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옥상 녹화 사례와 정보를 준비했다. 지금부터 옥상 녹화를 위한 7가지 단계를 소개한다.

1. 식물 재배에 적합한 지붕인지 확인할 것

신축 건물은 구조설계 단계에서 미리 옥상 녹화 시스템의 유형을 선택해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건물에서는 사전 점검을 통해 옥상 공간의 방수, 배수 상태, 배수구 위치와 수량, 시공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해 파악하여 시공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시공이 가능하다는 판별이 나면 건축물 구조안전 진단 이 필요하다.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튼튼한 건물 구조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면적 1㎡에 10cm의 흙을 깔았을 경우 200kg의 하중을 받고, 20cm를 깔면 400kg으로 배가 늘어난다. 따라서 옥상 조경에 앞서 구조물에 대한 안전 진단이 필수이며, 이는 구조안전 진단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된다. 

사진은 싱가포르의 건축가 GUZ ARCHITECTS의 프로젝트로, 다층의 레이어로 이루어진 4층 건물을 옥상 녹화하였다. 각 층 지붕에 들어선 자연에 대한 접근성과 상호작용으로 커다란 덩어리를 휴먼 스케일의 공간으로 분할하였다. 조경이 잘 정돈되어 있고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는 주변 풍경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2. 옥상 녹화 시스템 유형 결정

구조안전 진단 결과가 나오면 옥상 녹화 시스템 유형을 결정해야 한다. 이 유형은 구조적 안전성을 기초로 결정되는데, 옥상 적재하중에 따라 저관리 경량형, 관리 중량형, 혼합형의 3가지로 나뉜다. 저관리 중량형은 20cm 이하로 낮게 흙을 깔고 지피 식물이나 야생초화류를 식재한다. 최소 관리로 최초 식재한 식물이 10~15년간 지속되어 유지관리가 쉽고, 가벼운 인공토양을 사용하므로 하중 부담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초기 설계단계부터 옥상 녹화를 고려하지 않았던 기존 건축물이나 경사지붕에 적합하다. 관리 중량형은 토심이 20cm 이상으로 지피식물과 교목, 관목 등을 함께 식재한다. 다양한 식물종을 자유롭게 식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 생태계 조성에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지붕 하중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므로 구조적 안정성이 확보된 신축 건물에 적용해야 한다. 혼합형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유형을 혼합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10~20cm의 낮은 토심을 유지하지만, 부분부분 구조적 내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곳에 언덕을 만들어 관목 등을 식재한다. 

동화 속의 집을 연상하게 하는 사진 속 보트 하우스는 영국의 지붕 전문 업체 ORGANIC ROOFS의 프로젝트. 주변 생태를 고려한 식물종 선택이 인상적인데, 이 녹화 지붕으로부터 숲을 위한 꽃가루 매개자 나무 흰나비를 위한 먹이가 제공된다.

3. 식재 계획

옥상 녹화 시스템을 결정한 후에는 식재 계획을 해야 한다. 생태적 지속성과 계절감, 경관 가치 등 여러 가지 기준을 고려해 적합한 식물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물의 구조적인 안정성이다. 옥상 녹화에 적합한 수목은 건조에 강한 수목, 바람에 강한 수목, 뿌리가 얕은 수목, 성장이 느린 수목이다. 보통 침엽수는 뿌리가 얕고 빠르게 성장하지만 쉽게 죽을 수 있고, 활엽수는 성장이 느린 반면 뿌리의 부착은 양호하다. 그러나 수목도 환경에 대한 순응성이 있어 뿌리가 깊은 나무라도 토심을 깊게 설정하고 어릴 때부터 키우면 잘 자랄 수 있다. 잔디 종류는 토심이 15cm 정도면 충분하지만, 라일락, 등나무 등은 최소 45cm, 소나무, 단풍나무, 과일나무 등은 최소 60cm의 토양이 필요하다. 때문에 식재기반층 설비를 앞둔 단계에서 어느 정도 큰 그림은 그려두고 있어야 한다.

개인 주택, 공공 시설물뿐 아니라 상업 건축물도 외관의 향상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옥상 녹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글로스터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프랜차이즈나 유명 브랜드 대신 지역의 소농장에서 온 식재료, 지역색이 강한 핸드메이드 음식, 장인들의 제품으로 상권을 채워 보통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차별화를 하였다. 4,000㎡에 달하는 옥상 정원은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섞이며, 이러한 상업적 모토에 상통하는 외관을 형성한다. 식재 또한 지역의 식물과 동물군의 생태가 번창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4. 적절한 방수 및 배수 시설 설치하기

옥상 녹화 시스템은 구조부와 식재 기반으로 나눌 수 있다. 구조부는 구조체, 단열층, 방수층을 의미하고 식재 기반은 방근층, 배수층, 토양여과층, 육성토양층으로 구분된다. 옥상 녹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가 배수층의 배수 불량으로 식물 뿌리가 썩는 것이다. 또한, 식재된 식물 뿌리가 구조물에 침입하여 손상시킬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수층과 방근층의 설비가 중요하다. 방수는 하중 문제에 대한 해결과 함께 철저하게 계획되어야 할 부분으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고려하여 대상 지역에 적절한 방수 공법을 적용해야 한다. 아스팔트계 방수공법이나 우레탄계 도막 방수공법은 방근 기능이 없으므로 반드시 별도의 반근층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FRT계 도막 방수공법이나 합성고분자 시트계 방수공법의 경우 시트 자체에 방근 기능이 있다. 방수, 방근층 위에 배수층이 설치된다. 일반적으로 펄라이트나 화산자갈처럼 물이 잘 빠져나가는 자재를 전면에 깔고 그 내부로 투수관, 투수판을 깔아 배수구에 접속시키는 공법을 사용한다. 

5. 토양 마련하기

토양은 배수를 위한 토양여과층과 식물의 생육 기반이 되는 육성토양층으로 구성된다. 토양여과층에는 부직포를 사용하는데 토양과 물에 포함된 화학물질이나 미생물에 대한 내구성을 지닌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토양의 종류와 토심은 적재하중, 식재하는 식물종, 관리방식, 식재공법 등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하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인공경량토를 많이 사용한다. 하중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된 경우, 소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급적이면 자연토양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연토양은 유기물의 함량이 풍부하고 함께 묻어 들어오는 식물 종자 등으로 식물의 다양성 증진에 도움을 준다. 인공경량토에는 버미큘라이트, 펄라이트, 이탄, 화산모래와 화산자갈 등의 종류가 있으며, 각 토양은 팽창률, 통기성, 배수성 등 여러 가지 기준에서 차이가 있다. 경량토에 나뭇잎이나 작은 가지 등이 미생물에 의해 부패, 분해되어 생긴 부엽토를 혼합하여 사용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자연친화적으로 변신한 사진 속의 주택도 옥상 녹화를 하였다. 꼭대기의 경사 지붕은 그대로 유지하고, 1층 지붕 위 천창을 제외한 공간에 돌나물과 유사한 습성을 지닌 상록 다년초 세듐(sedum)을 식재하였다. 침실에서 멋진 뷰를 즐길 수 있을뿐 아니라, 추가적인 단열재의 사용으로 단열 효과를 높였다.

6. 식물 심기

각종 설비를 모두 마치면 드디어 식물 심기 단계이다. 식물을 식재할 때는 생태계처럼 상층(교목), 중층(관목), 하층(초본)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비슷한 식물을 모아 촘촘히 심으면 공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잡초를 방지할 수도 있다. 바깥쪽이나 배경이 되는 부분에 사계절 내내 푸른 식물을 배치하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만약 벤치나 분수대 등의 시설물이 있을 경우, 꽃의 형태나 색감을 미리 고려하여 전체적인 어울림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 시공 시 유의점이 있다면, 꽃과 나무는 심는 시기도 중요하므로 반입과 동시에 식재할 수 있도록 시공 기간 조정에도 신경 써야 한다. 녹화 면적이 넓은 경우에는 토양을 다지거나, 식재에 필요한 공사 용수의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식재한 관목이 바람에 버틸 수 있도록 지지대를 함께 설치해 주어야 한다. 

사진의 건축물은 브라질의 건축가 STUDIO MK27의 프로젝트로 그린 루프를 주축으로 하는 가로축과 목재 데크와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세로축의 교차로 구성되었다. 프로젝트에서 기후가 중요한 주제였고, 모든 공간에 환기를 위한 목재 폴딩 도어를 사용하였다. 녹화 지붕 또한 건물의 외관에 개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단열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 Photographer : fernando guerra >

7. 유지관리, 그리고 즐기기

옥상 녹화를 완료했다면, 이제 즐기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애정과 관심을 두고 꾸준히 관리해야 함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복잡한 시공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공간을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예방 중심의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시공 후 토양이 자리를 잡을때까지 한동안은 강우, 약한 바람에도 토양이 흩날릴 수 있다. 그 상태로 물을 흘려보내면 배수구가 막힐 수 있으므로  확실히 청소한 후 물을 사용해야 한다. 유지관리는 녹화시설관리와 식재관리로 구분한다. 녹화시설관리는 배수시설, 방수층, 관수시설, 토양, 구조안전 등을 점검하는 것이며, 식재관리는 관수, 제초, 전지, 병충해 등 식물의 생육을 관리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경우, 전문적인 관리 매뉴얼을 활용하도록 하자. 유지관리 분야별로 제시된 사항들을 체크하는 것에 더해서 사진 촬영을 하고, 검토 소견을 작성함으로써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독특한 구조물이 눈길을 끄는 사진 속의 건축물은 일본의 건축가 KAZ의 프로젝트로, 지붕에 잔디를 식재하여 녹화하였다. 건물 구조물 양옆의 사다리를 통해 옥상으로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하였다. 지붕의 경사가 매우 완만하여 안정감 있게 이동하고 휴식할 수 있다.

< Photographer : KA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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